2012년 4월 30일 월요일

이재일 - 쟁선계



 말이 필요없다. 극악한 연재중단으로 미완성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쳐도 국내 최고의 무협 소설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3부작으로 유명한 김용이 중국에 있다면, 묘왕동주와 쟁선계의 이재일이 한국에 있다고 단언한다.



★ 문피아같은 장르소설 사이트가 생겨나고, 조회수로 출판해대는 현 상황에선 이재일이나 진산같은 작가가 더는 나오지 않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기에 대해선 추후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 1968년생. 

1992년 연세대 토목공학과 졸업.
           바둑신문사 기자 6개월 근무.
           이후 출판대행업, 쟁선계》집필, 
           하이텔 무림동에 연재.

1995년 제2회 하이텔 무림동 공모전에 《칠석야》가 입상, 
          이를 계기로 무협작가로 입문.

1995년 《칠석야》(전1권) 출간.

1996년~97년 《묘왕동주》(전5권) 출간.

2000년~01년 시공사 장르문학팀 팀장 재직.

2002년 《쟁선계》 1권을 시작으로 현재 9권 출간 중.

2012년 e-book 연재한다고 공언.



 1990년대 초반 하이텔 무림동에 첫 선을 들인 이놈은 아직도 완결이 되질 않았다. 무려 15년이 넘었는데... 게다가 인터넷 소설의 출판 붐에도 불구하고  '쟁선계'만은 절대 출판하지 않겠다며 공언했으나, 10년이상 완결을 기다렸던 쟁선계 팬들은 출판이라도 되야 빨리 완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작가를 설득하기에 이르렀고, 작가는 드디어 출판을 결심하고 2002년 시공사에서 출판을 한다.

  제목만 다를뿐 천편일률적으로 발생되는 3처4첩 거느리기, 기연얻기, 어린나이에 뛰어난 무공을 얻기, 성도착자가 아니고선 도저히 쓸 수 없는 이게 야설인지 무협인지 알 수 없는 속칭 노루표 무협으로 대변되는 구무협에서 탈피해 신무협의 좌백, 백상, 용대운 등 많은 작가들이 나타났지만 그들의 작품에서도 여전히 무협 특유의 황당함, 지나친 우연 아니 정확하게는 말도 안될 정도의 기연에 의한 진행방식, 1-2권 읽다보면 뻔한 전개, 구태의연한 표현방식, 가다듬어져 있지 않는 문체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왜 장르소설을 기피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대답에 앞선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반기를 들은 작품이 쟁선계라 말한다면 이것은 지나친 찬사가 될까?

 방대한 스케일, 짜임새 있는 스토리, 섬세한 묘사, 책장을 넘길뿐인데 전투와 격투 장면이 세세하게 그려지게끔 하는 솜씨, 여기저기 숨은 복선, 감초처럼 등장하는 로맨스.. 이재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없는 듯 하다. 물론 이 말 자체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깔아내리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법 하지만, 사실 이것은 장르문학계 스스로가 자초한 바나 다름없다. 검증되지도 않은 조회수 하나로 출판해대는 장르문학계의 새내기 작가군들과, 현실에서 수없이 많은 퇴고를 거쳐 굵직굵직한 상을 거머쥐고 나타나는 순수문학계의 신진 작가군들을 동일 비교할 순 없으니 말이다.

 부랴부랴 완결지은 쟁선계를 보느니 미완의 쟁선계를 더 바란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팬들이 더 많은걸 부디 생각해 주고 자신의 작품 무게에 짓눌리지말고 천천히라도 좋으니 유종의 미를 거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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